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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22:35
2014. 1. 28. 00:04 생각 메모

나는 충남 당진의 조그만 학교로 초임발령을 받았다. 시골의 조그만 학교였고, 그곳에서 처음 시골생활을 시작했다.

그 학교에 박용석 선생님이 계셨다. 조그만 키에 깡마르고 짧은 수염이 덥수룩하였다.(수염을 깎고 며칠 길러 짧게 자란 상태)

낯가림이 심한 나를 선생님은 막 대해(?)주셨다. 처음에는 편하게 막 대해 주시는 것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게 시골의 정이라는 걸 알게 해주신 분이다.

시골에 발령받아 저녁이면 할 일 없는 나를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저녁을 먹여주셨고, 주말이면 느닷없이 어디 좀 가자며 당진의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소개해주고 그러셨다.

기억의 남는 날이 있다면 난지도에 데려가 이것저것 구경시켜주신 일.

갑자기 박용석 선생님이 생각난다. 한참 만이다. 2008년에 돌아가시고, 1~2년간은 간간이 생각났었는데...
이러다 영영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기록으로 남겨둔다.

군대에 있을 때 갑자기 췌장암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찾아뵈야지 뵈야지 하면서 미뤘었는데 어느 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 내려가 빈소에 가서 조문하고 다음 날 장지까지 갔다. 내내 후회되었다. 한 번만 찾아뵐 걸.

정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너는 눈이 참 맑다며 세상 때가 묻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후회가 되어서 며칠 가슴이 먹먹했었다.

약주 좋아하시고 담배도 좋아하시고,
툭툭 던지시는 한마디에 인생의 연륜이 느껴졌었다.

하늘나라에서 뵈면 그때처럼 변함없이 맞아주실 것 같다.



TistoryM에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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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골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