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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00:10
2014. 8. 3. 23:00 생각 메모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읽었는데, 이럴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것까지 배려할 줄 아는 지도자를 만나게 될까?


한편으로는 언론도 문제다. 대통령이 현장에 자율권을 준다치고 몇시간 동안 상황파악을 잘 못하게 되면 그것도 얼마나 비판해댈까?


상황파악도 잘 하면서 자율권도 주는 그런 심오한 경지에 우리 조국이 이르게 될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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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 링크 : http://feedproxy.google.com/~r/ppss/~3/SZgx9SuVOo8/25210


정부혁신, 국가혁신 같은 이벤트성 말장난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정상으로 되돌리라.

답은 간단하다. 현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된다. 권한과 책임을 현장에 주고, 현장의 조치와 결과를 신뢰하며, 결과를 빌미로 현장근무자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처벌하는 마녀사냥 행태를 근절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이 중요하고, 현장에 답이 있으니 현장에 가라고 말 하면서 실제로는 현장을 무시하는 행태가 문제의 원인이며, 현장 경험없이 탁상공론에 의존하는 상급자나 상급기관의 지휘와 감독에 의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생각이 혁신의 대상이다.

#1

2002년 8월 30일 태풍 루사로 인해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었다. 당시 고성경찰서 경무과장이었던 나는 마침 전국 공무원 컴퓨터 능력 경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박기선 서장(현 파리 주재관)의 직무를 대리하고 있었다.

밤 11시경 간성읍내 파출소를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침수되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전신전화국 침수였다. 전화국 건물이 완전히 침수되는 바람에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어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상부로의 상황보고는 물론, 가족과의 연락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태풍 루사로 강릉도 이 꼴이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다음 날 아침, 한 직원이 헐레벌떡 나에게 달려오더니 “과장님, 우리 여직원 019전화가 외부와 연락이 됩니다”라며 지방청과 연락이 두절 상태인데 이 전화를 보고용 전화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다른 전화는 모두 불통인데 019는 통화가 되었다. 당시 011이나 016 전화 등과는 달리 019는 시골 지역에 별로 알려지지 않아 고성군을 통 털어도 몇 대가 되지 않아 매우 귀한 전화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정 반대의 조치를 취했다. 여직원 휴대폰으로 지방청과 통화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아울러 외부와 통화가 된다는 사실을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지방청에서 알지 못하도록 전 직원에게 보안을 유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방청에서 019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온갖 불필요한 보고를 위한 보고를 요구할 것이고, 한 사람 궁금증 풀어 주는 일 이외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보고자료 챙기느라 현장 수습과 주민 구호 등 정작 해야 할 일은 전혀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외부와 통신이 두절된 이틀 동안 공무원 컴퓨터 경진대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던 중 산사태로 발이 묶였던 박기선 서장이 진부령을 걸어 청사로 돌아 올 때까지 고성경찰서 경찰관들은 상부의 불요불급한 지시와 보고로 인한 업무방해 없이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조치와 치안서비스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만약 통신이 두절되지 않았다면, 쏟아지는 상급기관의 보고요구로 인해 정상적인 조치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보고가 최소화되면 업무 효율은 반비례하여 최대화된다.

#2

강릉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8월 6일 밤, 경포해수욕장에서 음주규제 근무를 하고 있던 중 강릉시 옥천동 소재 한 가구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머리 속이 온통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백사장을 내 달려 현장으로 갔다. 현장에는 이미 지역경찰과 형사들이 교통통제, 현장보존, 감식, 주변 수색 등 역할을 분담하여 체계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지켜 본 우리 형사들의 경험과 판단은 정말 값진 것이었다. 나도 사건 해결에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사건지휘에 나섰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절감했다.

오히려 사건 수사의 문외한인 서장의 지시로 인해 수사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컸다. 경험으로 무장한 형사들의 판단이 더 정확했던 것이다. 그 이후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고 형사들의 수사진행을 지켜보기로 했다.

형사들은 사건 발생 신고를 접수한지 2시간 50분이 경과한 새벽 1시 30경 피의자를 특정했고, 02:25분경 피의자를 검거했다.

사건 해결을 지켜보면서 절감한 것은 현장 경험의 소중함이었다. 어떤 지식도 경험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상식의 재확인이었다. 관리자들이 특정한 사건에서 해야 할 일은 불요불급한 간섭과 신속한 보고 요구가 아니라, 현장 근무자들이 자율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과 격려로 그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현장에 권한을 주고,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며, 결과를 문제 삼아 현장을 정치적 제물로 삼지말고 현장을 지원하라. 아울러 보고를 위한 보고로 현장을 닥달하지 말라, 그것이 혁신이다.

posted by 시골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