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시골남자
동행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05-11 05:24
2014. 3. 30. 17:08 생각 메모
시간이 흐른 나중에도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글을 스트랩 해 놓는다. 출처는 마지막 링크

클리앙분들, 너무 고된 삶을 살지 마셨으면 합니다


클리앙에서 제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글이 남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하지 마라라는 훈계조의 글인데 오늘 제가 그런 글을 쓰고 마는군요. 우선 사과드립니다.

최근에 알바왕으로 불리며 갖은 고생을 하며 알바로 생계유지와 빚청산을 하신 분의 죽음의 소식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약 10년이 안되는 예전에 꽤 많은 4억 가까운 빚을 진 일이 있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와서 제 노력과 능력 하나 믿고, 사업을 무리하게 했던 것이 큰 실수였지요.

그 당시에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주변에서 저에게는 격려 뿐이었습니다. "그래 잘 시작했어, 너처럼 그렇게 중독자처럼 일할거면 자기 일하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이런 말들이 많을 만큼,

회사 다니는 동안에 저는 누구보다 많은 업무량을 누구보다 많은 일과 시간을 투자해서 처리하였습니다. 그렇게 일했던 것은 잘못된 조직의 문화와 그 잘못된 문화에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 자신의 비겁함이 더해져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1년에 한번 있는 우수직원상을 받는 것이 좋았고, 오너십이 강한 조직에서 오너에게 인정의 목소리를 한번 듣는 것에 중독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 지인들의 인정과 저의 노력과 열정을 믿고 무작정 뛰어 들었던 사업의 현실은 정말 냉혹하였던 것만 기억에 남습니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4억에 가까운 빚, 정리를 해도 절반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될때까지 저는 비전이라는 이름의 만용을 잊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당장 수중에 현금이 매일매일 들어와야만 하는 날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예전에 글을 쓴 일도 있지만, 그런 날들이 너무 힘들어서 그라목손 들어 있는 농약먹고 죽을 생각도 했습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약병을 손에 쥐고 얼마나 오래 공원에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이겨내고, 아침에는 우유배달부터 시작해서, 노점, 목욕탕 청소, 신문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하였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제 기억에 하루 2시간 정도 잠 잘 수 있는 시간의 틈이 생기더군요. 이 시간은 어떻게 다른 일로 채우지를 못하고 죽은듯이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보고 알게 된것은 저와 같은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하는 분들과 죽으려하는 하는 분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고 노숙하는 분들 사이의 거리는 종이 한장 만큼의 차이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빚도 청산하고, 가족도 다시 한곳에 모일 수 있었고, 지금은 안정된 생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저에게는 그 고통 뒤에 또다른 개인적인 고난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병을 얻은 것인데요, 사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것은 이 부분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뇌에 암이 생겨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약 2년 쯤전의 일 같습니다. 여러번 이야기를 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병을 안 순간 시한부 선고를 받는 다는 것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2년 동안 방사선 등의 치료를 받고, 정말 고통스러워서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해달라, 수술중에 죽어도 괜찮다는 부탁을 했음에도 수술이 불가한 부위라는 말에 자포자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치료하는 동안에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받으면 알게된 환우들도 몇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저보다 연배가 많은 분들이었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분들이 몇 있습니다.

한분은 환갑을 넘기신 분이었는데, 저와 비슷한 질병과 부위로 오랫동안 치료와 휴식을 반복하였습니다. 작년말에 결국은 돌아가셨는데, 그러기 한달전에 병원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인이 젊은 시절 너무도 많은 욕심과 아집 때문에 뒤도 안돌아보고 다른 사람들 피눈물로 쌓아 올린 재물 때문에 이런 벌을 받는 것 같다는 말씀에, 저는 당치도 않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그런 법이 있다고 해도 믿고 싶지도 않고, 질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아무 이유없이, 최소한 인과관계는 있겠지만, 질병은 징벌은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저에게 해주신 말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징벌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린 징벌이라는 것이었죠. 요약하면.. 나를 아끼지 못하고 나 조차도 내 몸 하나도 도구로 생각하고 사랑하지 못하였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저는 그때까지 그런 생각을 못하다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죠. 지나친 욕심에 얻는 실패와 만회의 시간 동안의 저의 고집이 저의 병을 만드는 것에 분명 일조했던 것입니다.

2년 동안 저는, 제 기억에는 5분의 환우를 떠나 보냈습니다.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후의 한숨까지 어렵고 힘들게 뱉어내다가 눈도 못 감도 떠나셨습니다. 오랜 고통과 앞을 알 수 없는 치료를 뒤로 하고 드디어 안식을 맞이하는 순간이 평화로울 것 같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생에 대한 애착을 쉽게 내던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더군요. 저 역시 그럴 것 같아서 늘 걱정입니다. (물론 저는 지금은 병을 많이 이겨냈습니다.)

제가 이 분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한 것이 현재 제가 속한 조직의 야근을 완전히 없앤 것이었습니다. 6시면 알람이 울리고 삼십분뒤면 조명 전원을 내립니다. 회사 버스도 출발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가끔 정말 급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두명이 급하게 남을 경우는 있지만, 이제 조직 전체는 각자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그뒤로도 기울지 않고 늘 매출 목표를 잘 달성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어려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클라이언트가 있고, 긴급한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예전의 저처럼 저를 혹사시키고,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고, 매일매일 전쟁처럼 일을 해치우는 생활을 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잃은 것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눈에 띄는 것이 없네요.

이제서야 제목의 말을 드리게 되네요. 그래서 클리앙에 계신 분들은 너무도 고된 삶을 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너와 상사의 칭찬과 격려에서 비록 희열이 충전된다고 해도, 그것이 긴 인생을 놓고 보았을때 저녁이 있는 삶, 나를 아끼는 삶보다 가치 있을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선택한 순간부터 모든 프로젝트는 늘 바쁘고, 마감까지의 시간은 상상도 못하게 여유없이 불가능할 것이고, 그 다음번도, 또 그 다음번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클리앙의 젊은 분들은 자신을 조직안에서 어쩔 수 없는 소모품으로 스스로를 태워 없애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많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빨리 업무를 처리하고 눈치 받지 않고 내 개인 시간을 쓰는 것이 정신적으로 덜 소모적인 삶이 될지모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긴 시간을 놓고보면, 지금의 나를 사랑하지 않은 삶은 무의미한 시간으로 남기 쉽습니다.

지금 시간에도 말도 안되는 업무량을 놓고 뒤 돌아보고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업무에 매진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주일을 철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얻게 되는 불명예와 약속을 어긴 무책임 뒤에 받게 되는 질타와 잘못된 커리어 관리가 가져올 무시무시한 미래가 더 걱정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삶을 계속 선택하면, 언젠가는 삶이 그런 분에게 휴식 티켓을 보내주게 될 것입니다. 그 티켓이 저처럼 암일수도, 실직일수도, 스스로 얻게 되는 자괴감이 될수도 있겠지요.

부디 지금 선택의 기회와 권리가 있는 분들이 스스로를 아끼고 지킬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전도 칭찬도, 찬란한 비전도, 권력도 중독되고 도취되기 쉬운 삶의 함정이자 또한 동시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함정에는 빠지지 마시고, 삶의 요소로서 필요할때만 살짝 맛보는 것이 삶의 성찬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분이 하고 싶었을 유언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서 없이 적었습니다. 가신 분이 빚을 다 갚은 뒤에도 험난하고 고된 방식을 지키셨던건 단지 욕심 때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청산의 시간동안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아가던 중에 떠나신 것이라 생각하니 맘이 무겁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시골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