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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15:17
2015. 11. 19. 23:09 육아 이야기

 평소 아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어 온 것이 있으면 한 번 보고 버리는 편이다. 어디 보관을 해 두면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게 되고 또다시 보게 된 적도 없다.


 오늘도 아들이 그려온 그림이 있었는데 한 번 보고 말았다. 그리고 저녁에 분리수거를 하러 박스에 종이를 담아 길을 나섰다. 종이수거함에 박스를 넣으려고 하는데 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잘 그린 것도 아니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한 이 그림을 나는 버릴 수 없어서 다시 들고 왔다. 아까 1시간 전 할머니가 사과를 주신다고 하여 아들과 밑에 내려갔는데 이 그림을 챙기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할머니에게 보여드린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이 그림을 다시 찾거나 소중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련 없이 지금껏 버렸고, 그런데 분리수거 종이수거함 앞에서 이 그림을 버릴 수 없었다. 다소 뭉클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며 지나가는 이 시간이 아까워서 그랬나? 아들에게 미안해서 그랬나?


 그림을 찬찬히 보니 나름 조그만 손으로 꼼꼼히 그렸다. 얼굴에 눈,코,입도 그리고 머리카락도 그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머리카락을 그리는 방법을 며칠 전에 알려준 듯하다. 손과 몸도 서로 다른 색깔로 칠했다. 이것 자체가 참 많은 발전이다. 색칠을 못 한다고 유치원 선생님도 한마디 하셨었는데... 그림보다 이 그림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그렸을 그 장면을 생각하니 더 뭉클하다.


 내일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면 조근조근 칭찬을 해줘야겠다. 지금 아들과 지내는 시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어른들이 그러지 않는가?

그때가 가장 좋은 때고 금방 지나간다고...

posted by 시골남자